의존과 자립 사이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보호자(부모)에게 '의존'하여 살아간다. 그리고 차츰 성장해가면서 조금씩 '자립'해서 혼자 밥을 먹게 되고 혼자 화장실도 갈 수 있게 된다.
행동의 자립은 이렇게 눈에 보여 알기 쉬운데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자립은 어떨까.
우리 아이의 마음은 잘 자라고 있는걸까.
자립으로 가는 어리광
부모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씻겨주고, 모든 것을 해 준다. 아기는 삶의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존한 상태로 자라나는데 이런 상황은 아이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아이는 안심과 어리광 사이에서 성장하다가 점차 다른 기분을 느끼기 시작한다. 부모가 주는 안심속에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부자유'를 실감하는 것이다. 아이는 이것저것 만져보고 싶고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싶어진다. 점점 더 부모의 도움없이 스스로 해 보고 싶어진다. 이것이 바로 '의욕'이다.
제대로 할 줄도 모르면서 혼자 숟가락으로 밥을 먹으려 하거나 옷을 입으려고 한다. '내가!'를 외치며 부모의 손길을 뿌리치는 시기이다. 이 때가 1차 반항기이며 '자유'를 손에 넣으려고 '자립'해 나가는 시기이다.
이처럼 아이는 '안심'과 '불안', '의존'과 '자립'사이를 오가며 조금씩 성장하고 자립해간다.
그러니 아이가 어리광을 부릴때는 받아주자.
"언제까지 어리광이야"하며 받아주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와 분리되는 것이 싫어 자립을 피하게 된다. 아이의 마음을 잘 받아주고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도록 해 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점점 자립해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요구를 어디까지 들어주어야 하는걸까.
어리광은 아이를 성장시키지만 잘못되면 자립을 방해하고 미래를 망치게 할 수 있다.
좋은 어리광과 나쁜 어리광
1.금전적 요구와 정신적 요구
과자 사줘, 장난감 사줘 하며 뭔가를 사달라고 할 때, 즉 물건이나 돈이 관련되는 물질적이고 금전적인 요구는 모두 나쁜 어리광이다.
이럴 때는 '오늘은 과자 사지 않기로 약속했잖아'하고 사전에 했던 약속을 상기시키거나 '장난감은 생일에 사줄게'하며 새로운 약속을 하는 등 절도있는 태도로 대응하는게 좋다.
이에 비해 정신적요구는 부모의 무릎에 올라와 앉거나 '있잖아~'하며 이야기를 꺼낼 때이다. 이런 경우는 자립에 필요한 어리광이다. 편들어주길 바라거나 스킨십을 원하는 어리광은 아이를 자립시키는데 필요한 어리광이며 물질적이고 금전적인 어리광은 좋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자.
2.부모가 원해서인지 아이가 원해서인지
아이가 혼자 단추를 잠그려고 할 때 시간이 걸리고 잘 안되니 '엄마가 해줄게'
아이가 컵에 물을 따르려고 할 때 '흘릴 수 있으니까 아빠가 해 줄게'
이런 것은 아이의 자립을 방해한다.
이에 반해 지금까지 혼자서 잘 옷을 갈아입던 아이가 갑자기 '단추 잠궈줘' 할 때
혼자서도 잘 하는 아이가 '물 따라 주세요' 할 때
이런 것은 자립에 필요한 어리광이다.
이 때 아이는 왠지 모를 '불안'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수 있다. '혼자 할 수 있잖아'라고 하지 말고 어리광을 들어주자.
즉 부모가 자기 편의를 위해 먼저 나서지 말고 아이가 먼저 요구할 때 들어줘야 한다.
언제까지 받아줘야 할까?
아이의 마음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어리광이 매우 중요하지만 끝도 없이 어리광을 받아줘야 하는걸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에게서 분리되어 어리광을 부리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시기를 묻는다면 10세 전후가 될 것이다. 이는 피아제(Jean Piaget)의 인지발달단계설에서 말하는 '자기중심성'으로부터 자기와 다른 타자의 시점을 가게 되는 시기이며, 해비거스트(Robert James Havighurst)의 발달과업에서 말하는 '자립적인 인간형성을 달성'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나이를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 아이가 어리광을 부리지 않게 될 때까지 충분히 받아주자.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마음의 안전지대를 때때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어리광을 잘 받아주어야 한다.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해 주는 건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어른들의 편의를 위해 그냥 내버려 두거나 반대로 너무 다 챙겨주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속도다.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필요한 어리광을 받아주며
아이가 멋진 어른으로 자립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
'아이를 키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칭찬은 아이를 망친다? (0) | 2021.03.31 |
---|---|
아이를 잘 가르치는 부모 (0) | 2021.03.30 |
공부하라고 하면 공부하나? (0) | 2021.03.26 |
3형제를 도쿄대에 보낸 이야기 (0) | 2021.03.25 |
성공하는 아이의 비결 (0) | 2021.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