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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 짓기

단독주택 아이방 인테리어-자매방 꾸미기

by 제이다이어리 2024. 1. 19.
자매방 인테리어

좁다.
우리 집은 결코 좁은 평수가 아닌데 이상하게 좁다. 수납할 곳도 묘하게 부족하고.
그런데 청소할 곳이 정말 많은 걸 보면 진짜 좁은 집은 아닌데. 아무튼.



이 집에는 작은 방 2개와 큰방 1개가 있는데 큰방은 옷방으로 쓰고 작은 방 2개를 각각 부부침실과 어린이침실로 쓰기로 했다.
어린이들 방은 문을 열면 오른쪽으로 3칸짜리 붙박이장이 있는데 떼어버리고 침대만 두기로. 침실에는 침대만 둬야지.


핀터레스트의 아이방 이미지

아이방 이미지를 구경하다보니 예쁜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과연 이것이 현실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거참, 내가 방에 금칠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안되는게 참 많다.

그래도 이런 사진 정도는 가능하려나.
마침 어린이들 침대도 보라색이라 잘 어울리겠다. 보라색 러그를 깔아야겠네. 샹들리에도 달아야지. 저런 나비 같은  등박스는 구할 수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리하여.

아이방 조명 샹들리에
벽등 촛대전구



두둥.
만들어보았다. 미색의 벽과 보라색 천장. 샹들리에와 벽등도 달았다.
아아 그런데 등박스를 잊었다. 나비모양은 못찾았지만 그래도 꽤 멋진 우레탄 등박스를 찾아 뒀었는데.
샹들리에를 달고 나서 등박스가 빠진 걸 깨달았다. 샹들리에를 내렸다가 등박스를 달고 다시 샹들리에를 올리면 되겠지만 아 귀찮아. 이 정도도 괜찮아 뭐. 이뻐.  

샹들리에는 중국에서 직구를 했다. 배송비까지 해서 10만원이 채 들지 않았다. 지금 찾아보니 구매대행으로도 살 수 있네. 촛대 전구는 플레임이 있는 촛대와 동그란 촛대를 다 샀는데 플레임이 있는 모양이 훨씬 예쁘다.

우리집에는 총 4개의 샹들리에가 있는데 두 개는 중국에서 직구를 하고 두개는 국내에서 구입했다.  
솔직히 샹들리에는 깨지기 쉬운 물건인데다 중국에서 오는 물건에 정말 하자가 없을까 싶어 약간 모험하는 마음으로 샀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배대지에서 검수를 정말 잘 해주고 생각보다 포장도 꼼꼼하게 잘 되어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한국에서 똑같은 물건들이 얼마나 비싸게 팔리고 있는지 생각하면 정말 후덜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샹들리에를 한국에서 구입한 건 원하는 디자인을 중국 사이트에서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한국에서 산 샹들리에가 그렇게 특이한 스타일도 아닌데 이상하게 중국에서는 발견을 못 함).

요즘엔 샹들리에를 다는 집들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예쁜 조명이 정말 많다. 다만 실제로 조명을 보지 않고 사진으로만 판단하면 상상과는 다른 물건을 받게될 수도 있을테니, 온라인으로 사더라도 오프라인으로 먼저 조명 구경을 많이 해 본 뒤 구입하면 좋을 것 같다.  

왼쪽은 우리방 오른쪽은 애들방


이제 침대만 들어오면 된다. 방에는 침대만 둘 거니까.
그런데 좁다. 어린이방에는 침대 2개가 빠듯하게 들어간다. 침대 방향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침대가 더 작았어야 했나. 침대가 한개씩이어야 했나.

이사를 오기 전에 살던 아파트도 어린이방이 좁았다. 33평 아파트의 작은 방이었다. 그 아파트로 들어갈 당시 첫째가 7살, 둘째가 4살이었다. 패밀리침대에서 벗어나 수면분리를 하기 위해 어린이침대를 사러 다니던 기억이 난다. 방이 좁으니 2층침대를 두는게 맞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높고 사다리가 가파른지. 2층 매트리스가 시작되는 높이는 대체로 1m가 넘었다. 아무리 침대 옆으로 가드가 세워져 있어도 불안했다. 가구단지며, 백화점이며, 온라인이며 이리저리 뒤져봤지만 맘에 드는 침대를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요즘은 낮은 침대가 좀 많아졌으려나).


그러다 발견한 밴키즈 벙커 2층 침대!
나답지 않게 보자마자 사버렸다. 비록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실용성면에서 이보다 더 좋은 침대가 없었다.
일단 2층 높이가 낮았다. 755mm라는 높이는 나의 불안한 마음에 안정감을 주었다. 내가 팔을 걸쳐올려 기댈 수 있는 높이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다른 침대들은 모두 얇디 얇고 경사 가파른 사다리형인데 이건 서랍형 계단이라 이보다 더 안정감이 있을 수가 없었다.
1층 매트리스는 이동식이라 바깥으로 빼서 쓸 수도 있었고, 분리형이라 나중에 옆으로 나란히 둘 수도 있었다(게다가 1층 매트리스가 저렇게 바닥에 딱 붙어있지만 분리시에는 단을 높일 수도 있다).
이 침대를 5년째 쓰고 있는데 여전히 실용적인데다 내구성도 정말 좋다. 다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보니 언제 다른 침대로 바꿀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디자인이 너무나 유아틱해서 바꾸고 싶건만) .  


예전 어린이방. 역시 좁아서 방 전체가 한 컷에 담기지 않는다. 2층 침대 대만족


형제자매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들이 뭔가를 나누어 하나씩 선택해야 한다면
분란을 각오해야한다.
과연 누가 2층에서 잘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린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너무 피곤한 일이다. 그들은 한번 내린 결정을 번복하기 일쑤이며 순간적인 의욕만 가득해서는 약속을 잘 지키겠다는 공수표를 남발하곤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번갈아가며 자기로 했다. 1층도 2층도 모두 공동의 자리, 돌아가며 하루씩 자는 걸로.
어딘가 놀러갔다오거나 누가 어느층에서 잤는지 헛갈리는 때가 간혹 있었지만 돌아가며 자는 시스템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발육을 지속하면서 아래층에서 자는 걸 답답해하기 시작했다. 높이가 낮다보니 허리를 펴고서는 똑바로 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잠을 험하게 자는 첫째가 침대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다음날이면 다른 침대로 쏙 이동해 버리는 상황에 둘째가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사를 가면 침대를 나란히 놓기로 했다.

그런데 좁다. 심지어 이 침대에는 책장도 딸려있고 계단도 딸려있다. 그리고 스탠드와 가습기 등을 놓고 쓰려면 침대만 덜렁 있어서도 안되었다.  이미 침대만으로도 벅찬 이 방에선 뭔가를 시도할 여지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해야했다. 아아 하지만 이러면 내가 원하는 이미지에서 점점 멀어지는데.



좁은 방에서 갖은 애를 쓰며 침대를 돌리고 책장을 돌리고 이리저리 몇 개월동안 안돌아가는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체력과 아이디어가 고갈됐다.
나란 인간의 센스란 고작 여기까지구나.이젠 정말 모르겠다. 난 안되나보다. 이 좁은 방에서 이렇게까지 해봤으면 할만큼 한거지.

그 모든 고행의 끝에 방을 바라보니 정말 어정쩡하기가 이루말할 수 없는 구도이다. 왜 나는 이렇게밖에 센스가 없는가.


여자아이방 인테리어


결국 좀 더 안정적인 방향으로 정리했다(맨 처음 구조로 돌아간 것 같은 건 기분탓인가).
6개월간의 방황이 끝났다(앞으로 더 방황하지 않겠다고 장담은 못하겠..).
다행히도 지금까지의 이 모든 뻘짓은, 신랑이라던가 남편이라던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서 가능했다(역시 사람은 자력으로 움직이는게 중요하다).
여전히 이 방의 상태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단 여기서 머리가 멈췄다. 혹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언제든 다시, 기꺼이 삽질을 해 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