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에 살면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벌레.
사실 아파트에 살아도 벌레는 피할 수 없지만 주택에 살면서 만나는 벌레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제 구해줘 홈즈에 벌레를 막기위해 2중 방충망을 한 집이 나왔다. 2중 방충망이라니.
창문 밖 쪽으로 슬라이드 방충망이 있는 건 일반적인 집과 똑같은데 그 슬라이드 방충망 위에 통으로 방충망을 씌워 고정해 놓은 것이다. 결국 이 창은 방충망을 통해서만 외부를 볼 수가 있다. 심지어 그 집의 경우 외부로 드나들 수 있는 거실통창을 그렇게 막아둔 것이어서, 주택의 장점 중 하나인 거실창으로 밖으로 나가기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나름 아이디어다 싶기도 하다.
나는 어려서 자전거가 교통수단일 정도의 시골에서 자랐다. 습한 날 아침이면 작은 달팽이들로 길위로 올라와 아드득아드득 발에 밟히는데도 발디딜 틈 없이 그것들이 길 위에 너무나 많아서, 피할 수 없어서, 온 몸에 닭살 돋아가며 걸었던 기억도 있다. 집 안으로 박쥐가 날아 들어왔던 오싹한 경험도 있다.
그런 곳에서 20년 가까이 살다보니 단독주택의 벌레 따위 질릴 만큼 많이 보았고 그리고 전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많이 겪고 잘 안다고 해서 그게 꼭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다.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고 하면 사람들은 주택과 시골을 어느정도 동의어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기야 도시에 살아도 주택에 산다면 땅과 가깝고 벌레와 가까운 시골생활과 비슷한 면이 있기는 하겠다.
나는 시골에 살고싶지 않다.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심 근처에 살고 싶다.
하지만 도심에 살던 시골에 살던 벌레는 피할 수 없고, 단독주택에 살면서 마당을 즐기지 못하는 건 또 그거대로 싫다.
구해줘 홈즈의 2중 방충망과는 약간 다르지만 나도 방충망 밖으로 또 하나의 방충망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드나들 수 있게.
썬룸이나 파고라까지는 거실에서 바로 연결해서 다니고
그 밖으로는 이런 방충망 문을 달아두면 마당도 즐기고 벌레도 막을 수 있겠지!
아, 어서 땅을 사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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