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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아파트 인테리어

욕실 인테리어

by 제이다이어리 2020. 8. 11.

 

세상에는 예쁜 욕실이 많지.

욕실에는 무조건 커다란 창이 있어야 하는데.

근 십년간 큰 창은 커녕 구멍하나 없는 욕실만 써 왔다(구멍 있었으면 큰일).

이번에 집을 지으면 반드시 환하고 탁 트인 창을 만들어야지.

 

창 없는 욕실도 이렇게나 예쁘다

아파트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제약이 있겠지만

예쁜 타일 깔고 조적도 하고 수납장도 예쁜 걸로 바꾸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나는 여태껏 이런 구조의 욕실을 본 적이 없다.

오른쪽으로 열리는 여닫이 문을 열면

왼쪽으로 세면대가 보이고

정면으로는 변기가 보인다.

그렇구나, 했는데

 

평범한 아파트 욕실

오른쪽으로 열린 욕실문 뒤로

가려져서 안 보이는 공간이 있었다.

그것은 샤워실.

문 뒤로 샤워실이 있어요~하고

누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공간이다.

문을 닫고 변기에 앉은 다음에는

샤워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겠지만.

(문을 닫지 않고 변기에 앉는다면

끝끝내 그 안에 샤워실이 있다는 걸 알 수 없다)

 

이런 욕실 구조라니

이렇게 이상한 위치에 샤워공간이 있고

이 아파트 단지의 모든 샤워실이

이렇게 생겼다고 생각하니 정말 이상했다.

샤워를 하려면 욕실에 들어가 문을 닫은 뒤

다시 샤워부스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샤워부스 문을 닫아야 하다니.

정말이지 이상한 구조였다.

(심지어 구조도 상으로는 샤워실이 욕조처럼 보이고, 심지어 구조도 상으로는 변기와 세면대가 나란히 있다 )

 

조적선반, 샤워기. 난 소박하게 이 정도면 되는데.

이왕 이런 이상한 구조라면 아예

변기와 샤워기 위치를 바꾸면 되겠다!

난 항상 변기가 독립되어 있길 바랬다. 

아예 벽을 세우고 화장실 문을 따로 달면 되겠다!

 

아.변기는 오수관 위치 때문에 이동이 어렵다고.

 

아, 예쁘다

그럼 샤워실 부스 떼고 조적이라도 해야겠다.

 

아. 조적하면 트렌치 배수관이 다 막혀서 배수 문제 생길 수 있다고.

 

샤워실.조적.선반.현실도피.

 

우리 샤워실은 이미 정해진 공간이 너무 좁았다. 그 안에 뭘 더 쌓으면 부동자세로 샤워를 해야 할 것이다.

 

세면대는 대리석 선반의 연장선에 있어서 딱 같은 사이즈로만 교체할 수 있었다. 

타일은 덧방을 하려다보니 유리유리한 수납장도 사이즈를 딱 맞춰서 교체해야 했다. 안 그러면 남는 벽면과 다른 벽면의 두께가 달라지니까.

환풍기도 교체해야 하고 등도 교체해야 하고

수건걸이는 왜 저렇게 변기 앞에 딱 붙어있는지.

 

이 작은 욕실에 제약이 너무 많아 의욕이 떨어지는 와중에 다른 공간에서 공사비의 압박이 커졌다.

약간의 예산오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공사인데 예산을 약간씩 오버하는 일은 잘 생기지 않았다.

훅훅 오버한다.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고보니 이 욕실은 타일이 깨끗한 편이네.

청소만 잘 해도 되긴 하겠다.

타일도 그냥 둘까?

 

아니, 이게 아니잖아.

선택이 타협이 되고

타협이 포기로 흐르는 기분이다.

그래도 저 벽돌도 타일도 아닌 모양을

매일 보고 싶지는 않았다.

타일은 계획대로 덧방을 하고

샤워부스는 문을 떼고 샤워커튼을 달기로 했다.

세면대는 일단 그대로 쓰기로 하고 수전과 휴지걸이는 직접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받았다.

수납장은 원하는 디자인에 사이즈까지 맞춰주는 곳을 운 좋게 찾을 수 있었다.

 

시간은 없고 결정은 해야할 때 타일 사장님이 보내주신 사진

 

타일을 구하러 을지로 거리를 훑고

유명하다는 타일가게는 서울이든 광주든 일일이 찾아가 보았다.

을지로 타일가게는 그렇게들 나란히 붙어있는데

집집마다 가격이 다 달랐다.

고생하며 돌아다닌 보람이 있었는지 운이 좋았는지 말도 잘 통하고 가격도 잘 해주는 사장님을 만났다.

 

나무 수납장은 썪는다고 반대당했지만 강행했다

지금 와서 보니

그 때 조금 귀찮더라도 세면대를 바꿨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샤워기는 조금 더 아래쪽에 달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집에서는 꼭 그렇게 해야지.

 

왜 거기서 뭘 먹고 있는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