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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 짓기

단독주택 인테리어-식물 인테리어의 끝은?

by 제이다이어리 2024. 1. 22.

남사 화훼단지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방문한 남사는 정말 좋았다.
한참 식물 사다 키우고 했던 때가 있었지만 뭔가를 키운다는 건 매우 부지런 성실을 요하는 일이다 보니 천성이 한량인 나에게는 2년이 한계였다. 그렇게 식물에 대한 관심이 한동안 사라졌다가 어쩐일인지 요즘 다시 의욕이 살짝 생겨났다.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테라스도 생기고 마당도 생겨서 식물을 키우기에 최적의 상황이 되었어도 전혀 관심이 없다가, 집을 꾸미려고 이것 저것 알아보다보니 역시, 식물들이 인테리어에 한 몫을 하더라.  플랜테리어를 해 봐야겠다.


원래는 과천 화훼단지에 가 보려고 했었다. 과천은 참 묘한 곳이다. 시골인 듯 도시인듯.
회사 출근셔틀은 항상 과천 화훼단지를 지나쳐다녔는데 양재 바로 옆에 그렇게 비닐하우스로 된 대규모 화훼단지가 있는게 신기했다. 하지만 그런 대단지에 '우리 단지를 망하게 하지말라'거나, 많은 화훼업체들이 곧 어딘가로 이전한다는 현수막이 한참 보이던 기억이 난다.  
내가 본 모습은 그게 전부라 망해가는 곳이라는 인상이 컸는데 또 그렇지만도 않았던 모양이다. 어느 날 지인에게 대림원예종묘라는 곳이 괜찮다고 추천을 받았다. 아, 셔틀 차창 밖으로 매일 봤던 것 같은 이름이다.
출근하며 매일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한 번을 못 가 본 곳을 퇴사하고 나서야 가보겠네 했는데 아쉽게도 그 곳은 나무가 메인인 모양이었다. 다음에 나무를 심게 되면 그때는 꼭 과천에 가 봐야지.


한참 식물에 관심을 가졌던 당시에는 종류에 상관없이 그냥 예뻐보이고 너무 비싸지 않는 것을 골랐었다.
이번엔 집안에 두기 좋은 식물, 욕실에 둘 수 있는 식물, 부엌에 둘 수 있는 식물을 위주로 찾아보니 반양지/반음지 식물들을 들여야 하는 것 같았다. 반이 양지고 반이 음지면...똑같은 이야기 아닌가...뭐지...혼돈의 카오스...
아무튼 이번에도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예쁜 것, 기왕이면 실내 공기 정화에 좋은 식물을 골라보기로 했다.


플랜테리어의 대표 식물로는 몬스테라가 있다. 몬스테라는 키우기 쉽고 번식도 잘 돼서 나의 관심이 끊긴지 몇 해가 지났지만 이미 우리집에서 잘 자라고 있다. 이번에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테라스에 내 놓았는데 실내에서 자라던 아이를 직사광선에 그렇게 내놓으면 안됐었나보다. 커다란 방패같은 대장잎이 갈색으로 타들어가버렸다. 무식이 화를 불렀다.
하지만 대장이 힘을 잃는다고 다 같이 죽는게 아니다. 대장이 힘을 잃자 다른 작은 잎들이 더 커지고 쌩쌩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퇴사를 해도 회사는 아무렇지 않은 것과 같달까. 빈 자리를 대체할 자, 얼마든지 있다. 아니, 내가 자리를 비우기를 호시탐탐 노리며 기다리는 자들이 수두룩 빽빽이다.



몬스테라는 잎이 꽤 크게 자란다(뿌리도 큰데 공중으로 마구 삐져올라와 너무나 그로테스크하다). 고향이 멕시코라 그런지 뭔가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잎은 긴 구멍이 있거나 끝이 갈라져있는데 잎에 무늬가 있는 것들도 있다. 몬스테라 두비아, 몬스테라 아단소니, 몬스테라 알보, 히메몬스테라, 옐로우 몬스테라 등등등(몬스테라 종류가 이렇게나 많았다니 마치 회사를 10년 넘게 다녔어도 듣도보도 못한 부서가 회사에 가득한 것과 같다. 아 퇴사한지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회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그런데 이럴수가. 몬스테라는 단순히 플랜테리어의 기본일 뿐 아니라 식테크의 정점에 있는 녀석이었다. 반려식물, 식집사 따위의 단어가 있다기에 별일이다 싶었지만 식테크라는 말은 좀 혹하네(나 너무 세속적인가, 친구들아 나는 물욕이 있는게 맞다).    
몇 천원짜리 괴마옥을 잘 키우면 몇 십만원에 팔 수 있다고 들었었는데 그런건가. 했는데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무늬히메 몬스테라는 6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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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알보 몬스테라는 무려 1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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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이숫자들이 맞는 건가.
후덜덜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말인듯.
우리집에서 쑥쑥 자라고 있는 몬스테라는 그럼 무엇인가. 이파리 한 장에 50만원까지도 한다는 몬스테라를 내가 테라스에 내 놓고 태운것인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건 아니었다. 우리집에 있는 몬스테라는 그냥 몬스테라. 저 몸값 비싼 몬스테라들은 무늬 몬스테라. 한마디로 무늬가 없는 몬스테라는 아무런 재테크 가치가 없다는 것.
무늬가 있는 몬스테라가 비싼 것은 당연히 희귀하기 때문이다. 일단 씨앗 발아를 통해서 무늬를 만들어낼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하고(국내에서는 씨앗유통조차 안되고), 그러다보니 모체에서 가지를 떼어와서 키우는 방법으로만 키워야 한다고 한다.

몬스테라 알보


와...난이나 분재같은 것들로 재테크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몬스테라가 이랬을줄이야. 그 옛날의 튤립파동이 떠오른다. 언제까지 희귀할 것인가. 언제까지 이 가격이 유지될 것인가.
아무튼 이파리 하나에 몇십만원이라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실내 공기정화에 좋고 예쁘게 집을 꾸밀 수 있는 플랜테리어를 알아본 건데 왠지 재테크와 돈으로 연결되다니.
나에게 필요한 건 재테크 공부인가보다. 퇴사해서 이제 월급 없으니까 돈 벌라고.